진풀

JIN PUL

b. 1982 -

Korea

□ 2009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 2006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졸업

□ 2025 MGFS100 갤러리 <우리는 여기서 반짝>   

□ 2024 전시공간  <안녕수집> 

□ 2024 유월에 <슬픔의 가장자리>

□ 2024 나리화랑 <Deep Sleep> 

□ 2014 화봉 갤러리 <그림자 극장> 

□ 2012 place MAK <BLIND>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허상인가? 그 경계의 틈을 메우기 위해 가는 떨림으로 붓을 잡는다.


나는 회칠이 된 채 극장 무대에 올려져 있고, 그 더께를 손이 아닌 몸짓으로 털어내야 했다.


잊히지 않은 그 꿈의 장면을 떠올리며 무대 위 처절했던 몸짓을 그리고 더 나아가 무의식 속에 반영된 내 실체와 연약한 인간군상을 연극적 연출로 그렸다.


그렇게 초기 작업은 꿈, 기억, 무의식이라는 심리적 공간의 재현에 집중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경계에서 족쇄가 없지만 날아오르지 못하는 새의 모습처럼, 결핍된 존재로 형상화했다.


직접 자세를 취해 촬영하고, 그 모습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내 인체는 석고 신체상으로 치환되었다.


이는 인간 존재의 보편적 연약함과 유한함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작업을 하며 노스텔지어적 감성, 이상과 현실의 간극, 불완전함을 끊임없이 마주했다.


석고 신체상의 중첩된 이미지들은 나 자신의 개인 경험을 넘어 인간 보편의 한계를 환기하는 매개체로 작동했다.


점차 심리적 풍경화로 구현하면서 사회적 페르소나와 자아 사이의 갈등은 「그림자 극장」 테마로 이어졌다. 캔버스는 나에게 허구의 무대이자, 내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나의 회화는 점차 감정과 기억의 층위로 이동했다.


꿈, 무의식에 펼쳐졌던 풍경을 보던 시점에서 주변과 나, 기억과 사회적 공간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시점이 옮겨졌다.


변화의 전환점은 「안녕 수집」, 「너의 안녕, 밤의 말들」, 「모두의 안녕, 바닥 풍경」 같은 연작에서 두드러진다.


「안녕 수집」에서 걱정과 불안을 구름으로 치환해 부유하게 흘려보냈고, 「밤의 말들」 시리즈에서는 까만 시공간에서 부유하는 아이의 말이 형상이 되고, 그림이 다시 말이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바닥 풍경」은 길 위의 파편과 잔존을 수집해 공유된 감정의 지도로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붙잡기’에서 ‘놓아주기’로, 기록에서 환기로 태도를 전환했다.


현재, 이전보다 더욱 내밀하고 서정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고, 감정의 미세한 결을 담아내기 위해 채색과 붓질 또한 가벼워졌다.


초기 작업의 명료한 윤곽과 고정된 형상은 점차 사라지고, 지금은 물감을 얇게 켜켜이 쌓고 다시 닦아내며 흐려지거나 선명해지는 풍경 안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흘려보낼 것인가’ 고민하며 작업한다.


「우리는 여기서 반짝」 시리즈는 이러한 탐구가 확장된 형태다.


2024년 11월 27일, 예기치 못한 폭설로 잎을 단 채 꺾인 나무들을 보며, 나는 생의 불확실성과 동시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반짝임을 발견했다.


이전 작업은 사물과 단어의 조각이 주요 소재였다면, 이 시리즈는 자연의 조형적 형태와 사건을 회화적 언어로 수용하고 있다. 작업은 늘 작은 파편에서 시작한다.


주인을 잃은 사물, 꿈의 기록, 폭설, 소멸 직전의 반짝이는 풍경 등을 그러모아 그리다 보면, 결국 나와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풍경이 된다.


초기의 석고 신체상에서부터 현재의 여린 빛을 품은 풍경까지, 작업의 중심에는 늘 불완전함과 흔적,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반짝임이 있다.


나의 회화는 결국, 붙잡기와 흘려보내기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긴장 속에서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생성해 내는 과정이다. 눈을 길게 감는 연습을 한다.


세상이 쏟아놓은 이미지에 잠식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낸 다채로운 층위의 공간 속에서 다른 차원(의미)의 삶을 확장하고 향유하고자 한다.


나아가 우리가 모두 겪는 상실과 회복, 안녕의 순간들을 빛으로 환원하면서 잊히는 것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그리고자 한다.

AR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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