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urn and Round (부제: 인생은 한바퀴 놀이기구) - 키미작 KIMI JAAK
인생은 회전그네와 닮았습니다. 처음 발을 디딜 때는 두려움과 설렘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빙글빙글 바람을 가르며 돌다 보면 짜릿한 전율이 가슴을 스칩니다. 어느 순간에는 높이 치솟아 세상을 내려다보고, 또 다른 순간에는 낮게 내려와 땅 가까이 스치며 지나갑니다.
붉은 줄을 잡은 존도들은 그 흐름 속에서 흔들립니다. 서로 다른 몸짓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지만, 결국 같은 원을 그리며 돌아갑니다. 반복되는 궤도 속에서 늘 다른 풍경을 마주하는 것, 그것이 삶의 모습이자 회전의 즐거움입니다.
<Turn and Round>는 그 찰나를 붙잡아 화면에 고정시킨 작품입니다. 멈추어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움직임이 느껴지는 존도들의 몸짓은 순간과 영원을 함께 담아냅니다. 두려움과 환희, 긴장과 해방이 교차하는 그 한바퀴의 노래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인생을 비추고 있습니다.
Life is much like a carousel swing. The first step onto it stirs both fear and excitement, and as the wind spins past, a thrilling rush strikes the heart. At times you rise high, looking down on the world below, and at others you dip low, brushing close to the ground.
John Does clutching the red ropes sway within this rhythm. Each John Doe hangs in the air with a different posture, yet together they trace the same circle. Within this repeated orbit, ever-changing views unfold—that is life itself, and the delight of turning round.
Turn and Round seizes this fleeting moment and holds it still on the canvas. Though seemingly frozen, the riders’ gestures carry a sense of motion, containing both the instant and the eternal. The song of a single revolution—where fear meets exhilaration, and tension gives way to release—ultimately mirrors the journey of us all.
[ 전시 소개 ]
그때, 거기, 우리
KIMI JAAK
2025.08.29 ~ 2025.10.12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영원히 내 안에 남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보통의 글쓰기는 육하원칙의 질문들을 차례로 채워 나가며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러나 저의 그림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세 단어 그때, 거기, 우리 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 그림안에는 이름조차 필요 없는 우리가 있고, 살짝 기울어진 오후의 빛이 있으며, 바람이 한 번 스쳐간 자리의 온기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의 무게까지도 담겨 있습니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 그 순간을 먼 곳으로 밀어냈지만, 그 빛과 온도, 그날의 장면은 여전히 제 붓끝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날의 공기와 색을 다시 불러내고자 합니다.
우리만 알던 시선의 높이와 그림자의 길이를, 다시 캔버스 위에 세우고자 합니다.
저는 주로 리넨 천 위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 재질이 보여주는 결은 마치 오래된 담요를 덮고 있는 듯한 안도감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표면 위에서 기억을 꺼내어 놓는 작업이 언제나 가장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작업은 사라진 것을 불러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전히 우리 안에 고여 있는 장면을 다시 한번 빛 속으로 꺼내 놓는 일이었습니다.
이 전시가, ‘당신이 언젠가 품었던 ‘한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마음속에서 피워 올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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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Questions Have Been Crea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