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ger - 박소현 PARK SO HYEON
두 눈을 부릅뜬 강아지가 노란 바나나를 가슴에 꼭 안고 있습니다. 표정은 단호하고 뾰로통하며, 눈빛에는 무언가를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세 울거나 소리를 지를 것 같은 긴장감이 화면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분노는 때로 가장 정직한 감정입니다. 이 그림 속 강아지에게 바나나는 단순한 과일이 아닙니다. 위로와 안정, 안심의 감각이 응축된 존재입니다. 지키고 싶은 세계이고, 누가 손을 대려 하면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대상입니다.
강아지의 표정은 어딘가 익숙합니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보물에 누군가가 손을 대려 할 때 짓는 바로 그 얼굴입니다. 그 애착은 자연스럽게 분노로 이어지고, 그 분노는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억울하고, 화나고, 지키고 싶고. 그 감정이 너무도 진심이라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화남’을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억누르거나 왜곡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감정이 어떻게 사랑과 연결되는지, 무엇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줍니다.우리 안에도 저런 강아지가 하나씩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빼앗기고 싶지 않을 때, 진심을 지키고 싶을 때 튀어나오는 감정. 그 화는 억지로 배워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경험한 감정일지도 모릅니다.〈Anger〉는 그 본능을 솔직하고 다정하게 꺼내 보여줍니다.
A dog stares wide-eyed, clutching a yellow banana tightly to its chest.
Its expression is firm, almost pouty. In its eyes, there’s a fierce determination—not to let anything be taken away. The air is tense, as if the slightest touch might lead to crying or shouting.
Sometimes, anger is the most honest feeling.To this dog, the banana isn’t just a fruit. It’s comfort. Safety. A source of quiet reassurance.
It’s a small world the dog wants to protect—something so precious that even the thought of losing it triggers an instinctive reaction.
There’s something familiar about the dog’s expression.
It’s the same look a child gives when someone reaches for their favorite thing.Frustrated. Protective. Sincere.That kind of anger—raw and unfiltered—feels strangely warm. Almost endearing.
This piece doesn’t treat anger as something negative.
It doesn’t suppress it, or twist it into something else.
Instead, it shows how anger can come from love—from the deep desire not to lose what truly matters.
Maybe we all have a little dog like this inside us.That part of us that shows up when we want to protect something real.The kind of anger that doesn’t need to be learned—because maybe it was the very first emotion we ever knew.
Anger brings that instinct to the surface—honestly, and with quiet tenderness.
[ 전시 소개 ]
《Where Are We Going》
박소현
PARK SOHYEON
2025.05.01 ~ 2025.05.31
눈 덮인 숲은 조용합니다.
그 침묵 위로 몇 마리 동물의 발자국이 이어집니다.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동물들. 어디를 향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소현 작가의 작업은 그 고요하고 낯선 풍경에서 시작됩니다.
20대의 끝자락, 작가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물음은 하나의 여정이 되었고, 그 여정은 동물의 모습으로 캔버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Where Are We Going》은 확신 없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감정의 기록입니다.
멈추고 싶은 충동, 다시 나아가는 순간들, 애써 담담하려는 마음.
작가는 이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동물의 눈빛 속에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눈’이 있습니다.
작품 속 동물들은 모두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외부가 아닌, 내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망설임, 호기심, 용기, 조용한 따뜻함.
그 감정들이 눈동자에 머물고, 관람자는 그 시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Where Are We Going》은 무엇을 설명하거나 해석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각자의 이유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조용한 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박소현 작가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은 이제 이 전시를 마주한 우리에게도 닿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그 질문 안에서 당신의 시선이 잠시 머무를 수 있기를 바라며.
MGFS100 갤러리의 좋은 친구, 박소현 작가의 개인전 《Where Are We Going》을 통해 당신의 내면에도 잔잔한 울림이 닿기를 바랍니다.
No | Subject | Writer | Date |
No Questions Have Been Crea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