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사 따위는 흰 고양이한테나 줘 버려! - 데이비드 염 DAVID YOUM
분홍빛이 짙게 번진 거실 가운데에 검정 고양이가 작은 상자 속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습니다. 곁에 장난감과 인형들이 몇 개 흩어져 있지만, 고양이는 오직 자기 세상에만 몰두해 있는 듯합니다.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로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모습입니다. 벽 한쪽에는 흰 고양이를 안고 있는 인물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어, 검정 고양이와 묘한 대비를 이뤄 시선을 끕니다.
작품 제목 “집사 따위는 흰 고양이한테나 줘 버려!”는 검정 고양이의 속마음을 드러낸 듯 보입니다. 상자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태도가 이 장면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작은 상자 안에서 행복함과 편안함을 찾은 모습이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 전시 소개 ]
너를 민다.
앞으로 뒤로 꼭 그만큼만 가고,
그만큼 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 세게 밀어도 본다.
어깨 나란히 걸음 한번 걸은 적 없어도
너의 체면이 내 앞에 서서 밤보다 까만 그림자를 만들어 슬픈 적도 있지만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길이 되었다.
그 해 4월, 아직 좀 그렇고 그렇던 날
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 그때 나를 찾아 돌려 준 이가 너였어.
나조차 내 편일 수 없던 순간에 마침맞게 함께 있었던 사람도 너였고.
수많은 너의 언어를 알고도 모른 척 하고, 그렇게 나의 서투른 주장은 이기적이었는데도 넌 늘 그 자리에 있었지.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면 내 길을 더 의미 있고, 용기 있게 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지.
난 지금 너에게 가고 있어.
오늘 아침 받은 ‘배송 중’ 이라는 택배 문자처럼.
네가 나를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다시 4월.
I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시간과 기억을 들여다보는 재현적 과정이다.
작가의 시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기억은 사실, 좋은 것 보다 상처, 후회가 더 많다.
그렇게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는 고백은 더 과장되고 마음 졸인다.
이런 마음 졸임과 고백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대적 위로가 필요한 나약한 보통의 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작업에 등장하는 가족, 평안한 거실, 오래된 골목길, 식물, 고양이, 오래된 장난감 등은 오랜 시간 동안 작가와 함께하며 위로와 위안을 주었던 기억, 사물 들이다.
이러한 작가의 시원적 시간과 오래된 사물은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불안한 감정 또는 반대로 평안한 기억들을 꺼내어 현재의 고통을 치유 하는 매개체들이다.
더 나아가 작가가 이토록 작업을 통하여 시각적 경험과 기억들을 관객과 공유하고 공감받기를 원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무난하게 함께 하며, 또 다른 상대적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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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염 "집사 따위는 흰 고양이한테나 줘 버려!" David Yo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