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w or never - 박소현 PARK SO HYEON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몰라.”
그 말은 눈 내리는 숲속 한가운데, 타오르는 불 앞에서 조용히 퍼져 나갑니다. 깊고 어두운 나무들에 둘러싸인 채, 몇 마리의 동물들이 불을 중심에 두고 마주 앉아 있습니다. 불빛은 얼굴을 비추고, 눈발은 조용히 그 위로 떨어집니다. 말은 없지만 분위기 전체가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단단한 결심 위에 서 있는지에 대해.
배경은 고요한 밤입니다. 차갑고 깊은 푸른색이 화면을 감싸고 있으며, 그 안에서 불꽃만이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불은 작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면을 가르듯 크게 타오르고 있으며, 그 빛은 동물들의 안쪽까지 파고드는 듯합니다. 가만히 마주 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은 어둡고 차분합니다. 긴 시간 끝에 도착한 자리처럼 보입니다.
선택은 언제나 외롭고 조용한 과정입니다. 무엇을 버릴지, 무엇을 택할지. 지금 이 순간이 그 모든 가능성과 불확실함이 교차하는 지점처럼 느껴집니다. 누구도 선뜻 입을 떼지 않고, 누구도 먼저 나아가지 않지만, 그 불 앞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서로의 결심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이 작품은 외치는 대신, 기다립니다. 급하게 이끄는 대신, 멈춰 서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불빛은 따뜻하지만 강렬합니다. 망설임도 타오르고, 과거의 무게도 함께 타고 있습니다. 이 불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데우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밝히는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화면 아래에는 “NEVER NOW OR NEVER NOW”라는 문장이 반복되어 적혀 있습니다. 농담처럼 보이기도 하고, 두려움에 가까운 혼잣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는 말이 문장 속에서 여러 번 흔들리지만, 결국 그 중심엔 단 하나의 감각이 남습니다. 바로 결정의 순간입니다.
이 장면은 특정한 사건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마음속에서 가장 조용하고 깊은 자리에서만 일어나는, 감정의 움직임을 붙잡고 있습니다. 선택 앞에서 멈춘 사람, 혹은 이미 선택을 하고도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불 앞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강아지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시간을 살아왔고, 다른 무게를 지녔지만, 같은 불 앞에서 나란히 앉은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정말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질문 말입니다.
불빛은 계속해서 타오릅니다. 선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조용히 자신의 길을 묻고 있습니다.
"If not now, maybe never."
The thought spreads quietly in the heart of a snowy forest, before a burning fire.
Surrounded by tall, dark trees, a few animals sit together, facing the flames. The fire casts light across their faces. Snow falls gently over it all. No one speaks, but the silence is full. Everything about this moment speaks—of how firmly this present stands on a decision.
The background is a quiet night. Deep, cold blue wraps the scene, and only the fire moves. It isn’t small—it blazes wide across the center, cutting through the frame. Its warmth reaches deep into the animals’ still bodies. Their expressions are dark, calm, steady. It feels like the end of a long road.
Choice is always a lonely, silent act.What to leave behind. What to carry forward.This moment feels like the crossing point of every possibility and doubt. No one steps forward. No one breaks the silence. And yet, just by sitting at the fire together, they seem to understand one another’s resolve.
This piece doesn’t shout. It waits.It doesn’t push—it holds you still and lets you watch.The fire is warm, but fierce. It burns hesitation, lights up the weight of the past. It doesn’t sit in the background. It becomes the heat of everything that came before, and the light of whatever might come next.
At the bottom of the painting, the phrase “NEVER NOW OR NEVER NOW” repeats. It sounds like a joke at first, or maybe the kind of line you whisper to yourself in fear. The word “now” shakes and shifts inside the phrase, but in the end, only one thing remains clear: the feeling of a choice.
This isn’t a scene about events.It’s about something quieter and deeper—an emotional shift that only happens in the most silent corners of the heart. Anyone who’s paused before a choice, or who’s made one and still wonders, might feel as if they’ve sat before this same fire.
The dogs might be us. Each one carries a different story, a different weight. But in this moment, by this fire, they all carry the same question:If not now, maybe never.
The fire keeps burning.The choice remains.And in that light, we quietly ask ourselves where to go next.
[ 전시 소개 ]
《Where Are We Going》
박소현
PARK SOHYEON
2025.05.01 ~ 2025.05.31
눈 덮인 숲은 조용합니다.
그 침묵 위로 몇 마리 동물의 발자국이 이어집니다.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동물들. 어디를 향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소현 작가의 작업은 그 고요하고 낯선 풍경에서 시작됩니다.
20대의 끝자락, 작가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물음은 하나의 여정이 되었고, 그 여정은 동물의 모습으로 캔버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Where Are We Going》은 확신 없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감정의 기록입니다.
멈추고 싶은 충동, 다시 나아가는 순간들, 애써 담담하려는 마음.
작가는 이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동물의 눈빛 속에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눈’이 있습니다.
작품 속 동물들은 모두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외부가 아닌, 내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망설임, 호기심, 용기, 조용한 따뜻함.
그 감정들이 눈동자에 머물고, 관람자는 그 시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Where Are We Going》은 무엇을 설명하거나 해석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각자의 이유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조용한 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박소현 작가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은 이제 이 전시를 마주한 우리에게도 닿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그 질문 안에서 당신의 시선이 잠시 머무를 수 있기를 바라며.
MGFS100 갤러리의 좋은 친구, 박소현 작가의 개인전 《Where Are We Going》을 통해 당신의 내면에도 잔잔한 울림이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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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Questions Have Been Created. |
박소현 "Now or never" PARK SOH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