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라디오와 낮잠 - 데이비드 염 DAVID YOUM
의자에 몸을 기대어 잠든 인물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인물은 푹신한 쿠션을 품에 안고, 눈을 감은 채 한낮의 따뜻한 공기 속에 잠겨 있습니다. 곁에는 오래된 라디오가 놓여 있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소리와 함께 지지직거리는 작은 잡음까지도 들려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화면 왼편에는 멀리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진 또 다른 인물이 보입니다. 이 인물은 지금 잠든 사람의 또 다른 모습처럼 보이며, 마치 꿈속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선명한 그림자와 그 뒤로 펼쳐진 분홍빛 풍경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전체적으로 분홍과 붉은빛이 번지는 화면은 몽환적인 정서를 더하며, 조용하고 나른한 오후의 기분을 자연스럽게 담아냅니다. 익숙한 소리, 편안한 자세, 그리고 잠시 펼쳐지는 상상의 장면들. <오래된 라디오와 낮잠>은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평온과 따뜻한 상상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 전시 소개 ]
너를 민다.
앞으로 뒤로 꼭 그만큼만 가고,
그만큼 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 세게 밀어도 본다.
어깨 나란히 걸음 한번 걸은 적 없어도
너의 체면이 내 앞에 서서 밤보다 까만 그림자를 만들어 슬픈 적도 있지만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길이 되었다.
그 해 4월, 아직 좀 그렇고 그렇던 날
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 그때 나를 찾아 돌려 준 이가 너였어.
나조차 내 편일 수 없던 순간에 마침맞게 함께 있었던 사람도 너였고.
수많은 너의 언어를 알고도 모른 척 하고, 그렇게 나의 서투른 주장은 이기적이었는데도 넌 늘 그 자리에 있었지.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면 내 길을 더 의미 있고, 용기 있게 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지.
난 지금 너에게 가고 있어.
오늘 아침 받은 ‘배송 중’ 이라는 택배 문자처럼.
네가 나를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다시 4월.
I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시간과 기억을 들여다보는 재현적 과정이다.
작가의 시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기억은 사실, 좋은 것 보다 상처, 후회가 더 많다.
그렇게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는 고백은 더 과장되고 마음 졸인다.
이런 마음 졸임과 고백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대적 위로가 필요한 나약한 보통의 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작업에 등장하는 가족, 평안한 거실, 오래된 골목길, 식물, 고양이, 오래된 장난감 등은 오랜 시간 동안 작가와 함께하며 위로와 위안을 주었던 기억, 사물 들이다.
이러한 작가의 시원적 시간과 오래된 사물은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불안한 감정 또는 반대로 평안한 기억들을 꺼내어 현재의 고통을 치유 하는 매개체들이다.
더 나아가 작가가 이토록 작업을 통하여 시각적 경험과 기억들을 관객과 공유하고 공감받기를 원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무난하게 함께 하며, 또 다른 상대적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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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염 "오래된 라디오와 낮잠" David Yo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