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ve the duck II - 박소현 PARK SO HYEON
깊은 숲 속, 머리 위에 트리를 쓴 강아지가 서 있습니다. 품에는 노란 바나나와 작은 오리가 안겨 있고, 두 존재는 아주 조용히 서로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트리 꼭대기엔 작은 불빛이 켜져 있고, 그 빛은 어둠을 아주 미약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앞선 이야기에서 구덩이에 빠졌던 오리를 구한 순간의 다음 장면입니다. 구조의 긴장감은 지나고, 대신 조용한 안도와 머무름이 화면에 번져 있습니다. 더는 다급하게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고, 지금은 그저 곁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두 존재는 뚜렷한 대사도 움직임도 없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감정이 흐릅니다. 누가 누구를 구했다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온기가 되어주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고, 차오르는 안정감이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머리 위의 트리는 장식이 아니라, 그 감정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방향을 잃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지만 따뜻하게 빛을 머금고 있고, 함께 있는 이들이 어디쯤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처럼 작동합니다.〈Save the duck II〉는 위기의 이야기보다 회복의 이야기입니다.
곁에 있는 누군가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 그 따뜻한 균형이 이 화면 전체에 조용히 퍼져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들은 서로를 지켜주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장면은 관객에게도 말을 겁니다.우리 모두 마음속 어딘가에이렇게 작은 존재 하나를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혹은, 누구 덕분에 조금 괜찮아졌나요?
Deep in the forest, a dog stands still with a tree growing from its head. In its arms rest a yellow banana and a small duck, quietly leaning into one another. A small light glows at the tip of the tree—faint, but enough to soften the surrounding dark.
This scene follows an earlier moment: when the duck was rescued from a pit. The urgency has passed. In its place, a quiet sense of relief spreads through the frame. There's nothing more to be done—just time to stay close.
Neither speaks. Neither moves. And yet, something unspoken flows between them. It's not about who saved whom. It's about how each becomes warmth for the other. The anxious heart settles. A steady calm begins to take shape between them.
The tree on the dog’s head doesn’t feel decorative. It feels symbolic—holding a dim but gentle light in the darkness, like a signal marking where they are. Together.
〈Save the duck II〉 isn’t about crisis. It’s about recovery. About the comfort that comes when someone stays. And how we, slowly, become that presence for someone else. That quiet balance fills the whole frame.
Right now, they’re keeping each other safe.And the scene speaks to us, too.Maybe we all carry some small being like this inside us.Or maybe—we’ve become a little more okay, thanks to someone who stayed.
[ 전시 소개 ]
《Where Are We Going》
박소현
PARK SOHYEON
2025.05.01 ~ 2025.05.31
눈 덮인 숲은 조용합니다.
그 침묵 위로 몇 마리 동물의 발자국이 이어집니다.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동물들. 어디를 향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소현 작가의 작업은 그 고요하고 낯선 풍경에서 시작됩니다.
20대의 끝자락, 작가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물음은 하나의 여정이 되었고, 그 여정은 동물의 모습으로 캔버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Where Are We Going》은 확신 없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감정의 기록입니다.
멈추고 싶은 충동, 다시 나아가는 순간들, 애써 담담하려는 마음.
작가는 이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동물의 눈빛 속에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눈’이 있습니다.
작품 속 동물들은 모두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외부가 아닌, 내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망설임, 호기심, 용기, 조용한 따뜻함.
그 감정들이 눈동자에 머물고, 관람자는 그 시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Where Are We Going》은 무엇을 설명하거나 해석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각자의 이유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조용한 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박소현 작가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은 이제 이 전시를 마주한 우리에게도 닿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그 질문 안에서 당신의 시선이 잠시 머무를 수 있기를 바라며.
MGFS100 갤러리의 좋은 친구, 박소현 작가의 개인전 《Where Are We Going》을 통해 당신의 내면에도 잔잔한 울림이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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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Save the duck II" PARK SOH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