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스웨터가 있는 거실 - 데이비드 염 DAVID YOUM
따사로운 햇빛이 사선으로 들어오는 거실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면 한가운데 분홍빛 소파가 놓여 있고, 그 위 벽에는 붉은 스웨터 한 벌이 액자처럼 걸려 있습니다. 색감은 강렬하지만, 분위기는 조용하고 따뜻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붉은 스웨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작가의 기억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손재주가 좋았던 어머니는 늘 조끼, 가디건, 스웨터, 목도리 같은 옷을 직접 짜주시곤 했습니다. 작가는 그런 어머니의 따뜻함을 잊지 않고, 털실로 만든 옷들 속에 그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이 거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리움과 정서가 겹겹이 쌓여 있는 자리처럼 보입니다.
햇살이 스며드는 벽과 소파, 그리고 조용히 걸려 있는 스웨터는 어머니의 온기와 그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누군가의 존재가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붉은 스웨터가 있는 거실>은 일상의 공간 속에 머무는 기억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마음속에 품고 있는 따뜻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 전시 소개 ]
너를 민다.
앞으로 뒤로 꼭 그만큼만 가고,
그만큼 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 세게 밀어도 본다.
어깨 나란히 걸음 한번 걸은 적 없어도
너의 체면이 내 앞에 서서 밤보다 까만 그림자를 만들어 슬픈 적도 있지만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길이 되었다.
그 해 4월, 아직 좀 그렇고 그렇던 날
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 그때 나를 찾아 돌려 준 이가 너였어.
나조차 내 편일 수 없던 순간에 마침맞게 함께 있었던 사람도 너였고.
수많은 너의 언어를 알고도 모른 척 하고, 그렇게 나의 서투른 주장은 이기적이었는데도 넌 늘 그 자리에 있었지.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면 내 길을 더 의미 있고, 용기 있게 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지.
난 지금 너에게 가고 있어.
오늘 아침 받은 ‘배송 중’ 이라는 택배 문자처럼.
네가 나를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다시 4월.
I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시간과 기억을 들여다보는 재현적 과정이다.
작가의 시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기억은 사실, 좋은 것 보다 상처, 후회가 더 많다.
그렇게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는 고백은 더 과장되고 마음 졸인다.
이런 마음 졸임과 고백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대적 위로가 필요한 나약한 보통의 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작업에 등장하는 가족, 평안한 거실, 오래된 골목길, 식물, 고양이, 오래된 장난감 등은 오랜 시간 동안 작가와 함께하며 위로와 위안을 주었던 기억, 사물 들이다.
이러한 작가의 시원적 시간과 오래된 사물은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불안한 감정 또는 반대로 평안한 기억들을 꺼내어 현재의 고통을 치유 하는 매개체들이다.
더 나아가 작가가 이토록 작업을 통하여 시각적 경험과 기억들을 관객과 공유하고 공감받기를 원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무난하게 함께 하며, 또 다른 상대적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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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염 "붉은 스웨터가 있는 거실" David Yo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