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쁜 그림자를 가진 너 - 데이비드 염 DAVID YOUM
화면에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 우비를 입고 뛰어가는 인물과, 벽에 기대어 서서 얼굴을 손으로 가린 그림자 같은 인물. 전혀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두 인물은 하나의 마음 속에 공존하는 서로 다른 상태처럼 보입니다.
이 장면은 여름날 소나기가 그친 뒤, 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짧은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비와 해가 맞닿는 경계를 바라보며 느꼈던 기분 좋은 순간이 고스란히 화폭 위에 펼쳐집니다. 우비를 입은 인물의 발밑에는 선명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벽에 기댄 인물의 티셔츠에는 'HAPPY'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 문구는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한 조용한 바람처럼 느껴집니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자리에 서 있지만,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밝은 빛과 그늘, 움직임과 정지, 그 사이에 놓인 감정의 결이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어딘가로 향하려는 마음,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이 이 장면을 감싸고 있습니다.
[ 전시 소개 ]
너를 민다.
앞으로 뒤로 꼭 그만큼만 가고,
그만큼 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 세게 밀어도 본다.
어깨 나란히 걸음 한번 걸은 적 없어도
너의 체면이 내 앞에 서서 밤보다 까만 그림자를 만들어 슬픈 적도 있지만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길이 되었다.
그 해 4월, 아직 좀 그렇고 그렇던 날
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 그때 나를 찾아 돌려 준 이가 너였어.
나조차 내 편일 수 없던 순간에 마침맞게 함께 있었던 사람도 너였고.
수많은 너의 언어를 알고도 모른 척 하고, 그렇게 나의 서투른 주장은 이기적이었는데도 넌 늘 그 자리에 있었지.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면 내 길을 더 의미 있고, 용기 있게 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지.
난 지금 너에게 가고 있어.
오늘 아침 받은 ‘배송 중’ 이라는 택배 문자처럼.
네가 나를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다시 4월.
I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시간과 기억을 들여다보는 재현적 과정이다.
작가의 시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기억은 사실, 좋은 것 보다 상처, 후회가 더 많다.
그렇게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는 고백은 더 과장되고 마음 졸인다.
이런 마음 졸임과 고백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대적 위로가 필요한 나약한 보통의 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작업에 등장하는 가족, 평안한 거실, 오래된 골목길, 식물, 고양이, 오래된 장난감 등은 오랜 시간 동안 작가와 함께하며 위로와 위안을 주었던 기억, 사물 들이다.
이러한 작가의 시원적 시간과 오래된 사물은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불안한 감정 또는 반대로 평안한 기억들을 꺼내어 현재의 고통을 치유 하는 매개체들이다.
더 나아가 작가가 이토록 작업을 통하여 시각적 경험과 기억들을 관객과 공유하고 공감받기를 원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무난하게 함께 하며, 또 다른 상대적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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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염 "기쁜 그림자를 가진 너" David Yo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