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THE EXHIBITION

‘어쩌다 마주친’의 진실

The Truth Behind ‘Accidentally Encountered’

데이비드 염 DAVID YOUM

2026.08.15 - 09.13


우리는 ‘어쩌다’를 믿는다.

그래야 사는 게 조금은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어쩌다’는 원래 변명의 말이다. “어쩌다 그렇게 됐어.”

'어쩌다'라는 말은 가볍다. 마치 아무 무게도 지니지 않은 우연처럼 들린다.

그런데 슬쩍 들여다보면, 그 가벼운 변명이 의외로 묵직한 짐을 지고 있다.

우연은 사후적으로 해석될 때 비로소 인연이 되고, 인연은 반복되다 보면 결국 필 연으로 굳어진다.

처음엔 실수인 척하다가, 나중엔 운명인 척하는. ‘어쩌다’의 진실이란 게 이렇게 뻔뻔스럽다.


어쩌다 마주침은 애초에 서로를 다 안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우리는 서로의 한 조 각, 어쩌면 가장 낯선 모서리 하나만 마주치고도 그걸 인연이라 부른다. 다 못 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온전히 마주칠 수 있는 것, 그 헐거움이야말로 어쩌다 마주침의 유일한 자격 조건이다.

설명할 수 없는 마주침, 예상하지 못한 풍경,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 낯선 형상들. 이들은 서사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건이다. 마주침이란 원래 서로 다른 시 간표를 살던 두 사람이 우연히 같은 정거장에 서는 일이며, 그 겹침의 몇 초 안에 의미가 태어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선 장면을 만나고, 가면을 쓴 얼굴에서 진짜 표정을 발견한 다. 그러니, 우리는 어쩌다 만난 것이 아니라, 어쩌다 진실을 들켜버린 것이다.

진실은 ‘마주친 대상’이 아니라 ‘마주침’이라는 사건, 그 우연한 충돌 지점에 산다. 우리가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보게 되었는가가 더 정직한 증언이다.


캔버스 위의 인물들은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 이는 종이봉투를, 어떤 이는 미키마우스의 가면을, 어떤 이는 그저 뒤통수를 내어준다. 익명성을 확보한 뒤에야 비로소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현대인의 심리적 구조를 설명한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건 위장이 아니라 오히려 자백에 가깝다. 우리 모두가 매일 아침 현관에서 골라 쓰는 사회적 가면을, 이 작업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벗겨서 다시 씌워놓았을 뿐이다.


이렇듯 어쩌다 마주쳤는데 얼굴이 없다. 표정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 핵심 서명이며 알리바이다. 관람자가 스스로 서사를 만들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정체성의 진실을 모호하게 남겨두려고 한다. 진실을 숨기려는 게 아니라, 진실이 무엇이냐고 되묻고 싶은 것이다.


이 전시는 그런 순간들, 즉 계획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거짓말할 틈이 없었던 '마주침'의 기록이다.

당신이 작품 앞에서 이유 없이 멈춰 선다면, 당신이 바로 ‘어쩌다 마주친’의 진실이다.


mgfs100_gallery의 진실

David Yo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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